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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

팔순에 한글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한글교실에서 만난 시와 치유, 꿈에 관한 이야기

  • 지은이 박재명
  • 출판사 카시오페아
  • 분야 국내도서 > 에세이 > 그림 에세이
  • 출간일 2019년 7월 23일
  • 판형 및 쪽수 128*188*17mm, 268쪽
  • 정가 15,000원
  • ISBN 979-11-88674-70-1(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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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배울 수 있는 지금이 가장 행복합니다.”
평균 나이 80세, 한글교실에서 만난 성장과 치유의 이야기

여기 특별한 수업이 있다. 평균 나이 80세, 백발의 늦깎이 학생들이 모여 배우는 한글 수업이다. 평생 부끄럽고 수치스러워 차마 주변 사람들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까막눈의 상태를 벗어나고 싶은 어르신들이 팔순이 다 되어 초등학생이 되었다. 평생 숨기고 싶던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한글을 배우면서 은행 일도 혼자 보고 동사무소에 가서 서명도 한다. 노래방에 가서 노래도 부를 수 있게 되었다. 못 배워서 한스러웠던 자신과 화해하고, 잘해주지 못했던 자식에게 미안함의 편지를 쓴다. 소설을 읽고 문학기행을 떠나기도 한다.

이 책은 비문해 어르신들이 한글을 배워가면서 쓴 시와 일기, 편지와 생활문, 자서전 등 직접 쓰신 70여 편의 글을 통해 비문해 어르신들이 ‘문해됨’에 따라 일어나는 여러 정서와 삶의 변화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숨김도 없고 꾸밈도 없는 어르신들의 글을 통해, 늦깎이 학생들의 성장과정을 따라가면서 우리 자신을 돌아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지식을 가르치러 왔다가 지혜를 배워갑니다.”고 말한다. 어려운 시대, 고단한 삶의 순간에도 지지 않고 자신의 자리와 하루를 지켰던 어르신들의 강인하고도 유연한 마음은 삶에 지친 많은 이들에게 응원과 위로를 안겨줄 것이다. 

목차

프롤로그_지식을 가르치러 왔다가 지혜를 배워갑니다

1장 ♡ 슬픈 이름, 까막눈
마음도 떨고 손도 떨고
다친 척, 안 보이는 척
치매와 문맹의 슬픈 동거
남자 어르신이 더 외로운 이유
나도 공부하러 가면 안 되겠니?

2장 ♡ 눈뜨니 새로운 세상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이야
고목에 핀 꽃
첫사랑에 빠진 소녀들처럼
하늘만큼 땅만큼 좋았다
딸에게 메시지 보내던 날

3장 ♡ 편지 쓰는 기 꿈이라오
나무 이름을 적어오세요
시가 뭐꼬?
삐뚤삐뚤 주소 한 줄
소설이 내 이야기 같아서

4장 ♡ 인생길이 꽃길이다
선생님, 저 철쭉이에요
엄마가 좀 덜 무섭데요
공감의 마법
선생님이 의사보다 더 명의네요
나만 지금 학교 다니니 행복합니다
내가 달라졌어요

에필로그_인생은 아름다워라

상세이미지


 

저자

박재명

부산대학교 사범대를 졸업하고 30여 년간 중학교 국어 교사로 재직했다. 건강검진을 통해 암이 발견돼 정년을 10년 남기고 조기퇴직을 하였다. 당시 교직 생활이 힘들었기에 큰 미련은 없었다. 수술 이후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학위와 한국어 2급 교원자격증을 취득했다. 교회 어머니교실에서 한글 교육 봉사를 시작으로, 심리상담소와 구청에서 대화법 강의 등의 활동을 쉼 없이 했다.
평생 해온 국어 교사로서의 경험과 한국어 교사로서의 지식, 그리고 상담심리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살려 비문해 어르신들에게 한글 교육을 하면서 인생 제2막을 새롭게 살아가기로 마음먹었다. 현재 노인복지관에서 성인 문해 강좌를 통해 늦깎이 학생들이 빛과 자유를 찾고, 자존감을 회복하고, 행복한 노년을 즐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도하고 있다.
이 책은 노인 학생들이 겪는 문맹의 아픔, 까막눈에서 벗어나기 위한 처절한 노력, 글을 알게 되면서 경험하는 기쁨과 치유와 회복을 그렸다. 또 제자들의 뜨거운 사랑과 무한한 지지로 성장하는 저자의 모습도 아울러 담았다. 앞으로 이주 여성에게나, KOICA를 통해 외국에 나가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꿈을 갖고 있다.

책 속으로

비문해 어르신들을 괴롭히는 것, 답답해서 피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가장 힘든 일은 관공서에서 서류 발급을 신청하는 일이다. 서명하라는데 서명이 뭔지도 모르겠고 물어볼 수도 없으니 발을 동동 구른다. 그다음이 병원이나 은행 업무다. 소포나 등기 수령도 회피하고 싶은 일 중 하나다. 물론 대중교통 이용도 어렵고 힘들다. 어떤 분은 전세인 줄 알고 집을 구했는데 매달 돈을 달라고 하더란다. 월세였던 것이다. 이렇듯 글을 몰라 낭패당한 일이 어디 한두 번이었겠는가? 또 다른 어르신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은행에 갈 때는 늘 팔걸이를 하고 다녔다. 팔을 다친 척하면서 창구 직원한테 대신 써달라고 했다. 글자를 모른다는 말은 죽기보다 하기 싫었다. 그래서 은행에 갈 때마다 팔이 부러져서 깁스를 했다고 장황하게 설명해야 했다. 지점도 바꾸어가면서 멀리까지 가기도 했다. 직원이 의심할까 봐.
--- p.37

어떤 분이 주저하다가 용기를 내어 서예반에 들어갔다고 자랑하신다. 글을 모를 때는 언감생심 생각도 못한 일이다. 먹을 갈고 붓을 씻으면서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꼬집어 본다. 서예실에 앉아 있는 것이 꿈만 같다. 배운 글씨를 직접 써본다. 연필이 아닌 붓으로. 누가 이 기쁨을 알겠는가? 글자를 대하는 마음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언젠가는 작품 전시도 하시리라. 병풍이라도 만들어서 가보로 남기실지도 모른다. 역사는 작은 것에서부터 비롯된다. 씨앗 하나가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놓는다. 시작은 한글교실이다.
--- p.124

무엇보다 글자에 눈이 간다. 세상에는 남에게 묻지 않아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글을 보고도 믿지 못하고 꼭 남에게 물어봐야 마음을 놓는 습관을 고치게 된다. 병원 간판 적어오기, 상점 이름 적기, 상품 이름 적기, 아파트 이름 적기, 주변에 걸려 있는 현수막 내용 적기, 지하철 내 공익 광고문 읽기 등 글자를 인식하고 문자와 가까워지고 친해지는 훈련을 한다.
--- p.141

처음 어르신들과 함께 햇을 때 내 눈에는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보였다. 늙은 육체만 보였다. 중학생들만 몇십 년을 보다가 연세가 높은 분들을 대하니 어렵고 무서웠다. 안을 모르니까. 지금은 겉은 보이지 않고 속만 보인다. 내면의 순수함, 열의, 나아지고자 끊임없이 노력하는 진취성과 성취욕구, 얼굴을 바라보면 주름은 간데없고 해맑은 미소와 초롱초롱한 눈빛만 보인다. 마음은 늙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이 늙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 때문에 학습이 가능하다. 함께하는 사람들은 변하지 않는 마음만 보이기 때문에 더욱더 사랑이 깊어진다. --- p.249

출판사 리뷰

“미안하다 아들아, 이 엄마는 공부가 하고 싶단다.”
눈물과 웃음이 담긴 글과 그림, 슬프고도 아름다운 인생 이야기

전쟁 때문에 학교를 못 가고, 딸이라서 공부를 안 시켰다. 돈 벌어 오빠와 남동생 공부를 시켜야했고, 어려서는 집안일을 돕고, 좀더 커서는 돈을 벌어 생계에 보태야했다. 먹고 사느라 바빠서 이제야 한글 공부를 시작한 할머니들. 할머니들의 시 속에는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과 같은 시대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는가 하면, 시집살이, 결혼생활, 자식과의 관계 등 버티고 감내하고 살아온 아픔과 고통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나이 들어서 겨우 자기만의 시간을 내어 글을 배우게 된 지금, 손주 돌보느라 몇 주째 글을 배우러 못 가게 되자 할머니는 고백한다. “미안하다 아들아. 이 엄마는 공부가 하고 싶단다.”

글을 알게 된 지금에서야 지난 남편의 편지를 읽고 상처만 준 딸에게 편지를 쓴다. 소설을 읽으며 자기 이야기인양 슬퍼하며 자신의 삶이 역사의 한 페이지임을 깨닫는다. 어르신들은 팔순이 되어 한글공부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삶을 위한 날개를 힘껏 펼친다. 한글공부를 시작한 어르신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진정한 배움이란 무엇이고, 새로운 도전이란 어떤 것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줄 것이다.


“내 이름은 까막눈, 편지 쓰는 기 꿈이라오.”
한글교실이라는 씨앗 하나가 만들어가는 벅찬 감동

30여 년간 중학교 국어교사로 재직한 지은이는 ‘한글 교육’ 봉사를 시작으로 비문해 어르신들에게 한글을 교육하면서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제자들은 70대 중반부터 90대 초반까지 다양하다. 대부분 학교 문턱에도 못 가본 분들이다. 복지관에 한글을 배우러 오는 분들은 가장 연로하고, 가장 학력이 낮으며, 가장 여건이 열악하신 분들이다.

지은이는 어르신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그간 까막눈으로 살아온 아픔과 거기서 벗어났을 때의 기쁨, 회복과 성장을 고스란히 지켜보며 얼마나 감격스러웠는지 모른다고 말한다. 비문해자가 문해자가 되는 것은 내면의 엄청난 변혁이다. ‘문해됨’은 글을 읽는 새로운 자신과 만나는 것이고, 이는 곧 새로운 세상과의 만남으로 이어진다. 행복과 성장이란 무엇이고, 삶을 사는 바른 자세란 무엇일까? 역사는 작은 것에서부터 비롯된다. 씨앗 하나가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놓는다. 시작은 한글교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