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재
10대 시절, 나의 감정을 표현하는 즐거움과 유화물감의 독특한 질감에 반해 그림 그리는 삶을 동경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20대 때에는 졸업과 취업을 위해, 30대에 접어들어서는 사회에서 나만의 자리를 잡아나가느라 마음에 품었던 그림에 대한 꿈은 차츰 희미해져갔다. 그 시절, 주어진 매일의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갔지만 시시때때로 ‘나는 지금 나답게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차올랐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내내 외면하다가 마흔이 되었을 무렵, 더 이상은 답을 미룰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던 그림 배우기를 시작했다. 회화 수업을 듣다 보니 자연스레 미술사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미술사를 파고들다 보니 다양한 인문학의 세계와 조우하게 되었다. 특히 미술사를 이해하기 위해 공부하기 시작한 신화는 인류가 오랜 세월에 걸쳐 축적해온 우주와 자연, 인간에 대한 통찰이 가득한 지혜의 보고임을 깨달았다.
마흔에 시작한 인문학 공부는 나를 아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타인과 교류할 수 있는 징검다리가 되어주었다. 독학으로 연마한 인문학 지식이 켜켜이 쌓이자 그 내용을 다른 이들과 나누고 싶어졌다. 현재 구독자가 7천 명에 달하는 네이버 블로그 ‘우재의 올리브 동산’은 함께 하는 공부의 즐거움을 위해 만들어진 소중한 공간이다.
이화여자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했고, 서울시립미술관 도슨트, 경복궁 궁궐길라잡이 등으로 활동했다. 고양시립아람누리도서관, 송파어린이도서관, 송파위례도서관, 용인굿모닝작은도서관, 광주영인미술관 등 다수의 기관에서 역사, 미술사, 그리스 신화, 와인문화사 등을 통섭한 교양 강의를 진행했다. 현재는 미국 오하이오주 애크론에서 피아니스트 남편과 함께 살며, 인문학 공부와 글쓰기를 통한 성숙하고 지혜로운 노년의 삶을 구상 중이다.
· 네이버 블로그 ‘우재의 올리브 동산’ https://blog.naver.com/taejj5115